「구조디자인」의 의미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시대, 그리고 우리의 20세기 후반 컴퓨터혁명의 시대, 이러한 근원적인 기술혁명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될 때에는,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회・경제・정치・군사・종교・문화・전통의 혁명적인 변혁이라고 명확하게는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좋고 싫음과 관계없이, 인류가 기계문명에 떠밀려 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뭔가 이상하다고 직감하고 있더라도 시대가 모두를 삼켜버리고 만다.
기술혁신은, 정치혁명・군사혁명・사상혁명 등과 달리 오랜 시간의 경과를 수반하기 때문에 현상으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모든 부문, 구조, 그리고 인간의 생활을 근원적으로 변혁하여, 결코 원래대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의미에서, 틀림없이「혁명」그 자체인 것이다.
건축계도 이 기술혁신에 의한「혁명」으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다. 17세기 이전에는 부와 권력을 집중적으로 갖고 있던 자 이외에는, 그 지역에서 산출되는 나무라든가, 돌, 흙, 벽돌, 천으로 자신의 주거를 확보하여 왔다. 예를 들어 캐나다 에스키모가 겨울동안 살았던 이글루는 구축의 소재로 눈블럭을 사용하였는데, 가족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눈집을 남자 혼자서 몇 시간 안에 지었다. 채광으로는 천창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초겨울에 이것을 위해서 잘라둔 반투명한 얇은 얼음을 끼웠다. 봄이 와서 눈의 둥근 집이 녹기 시작하면 이 주거를 버리고 가죽 텐트로 옮긴다. 이렇게 지역적, 풍토적, 전통적인 건축은 그 양상을 바꿔가면서 전 세계에 존재해 왔다. 그 생활과 구조소재가 서로 깊이 관계하면 할수록, 그 소재와 공간 사이에서는 거의 완전한 필연성와 세련된 정신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에 의해서「철과 콘크리트와 유리」의 세 가지의, 근대공업에 의해서 생산된 구조재료가 주축을 이루었을 때부터, 양상은 일변하게 된다. 공업생산은 기본적으로 다품종 대량생산을 전제로 발전하며, 전반적인 보급을 목적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지니며 전 세계로 확대되는 힘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건축의 인터네셔널 스타일을 낳아, 그 보급과 전개가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다. 런던, 파리, 북경, 뉴욕, 도쿄, 통가왕국, 세계의 모든 도시에 같은 기술에 의한 같은 형태, 양식의 건축이 나란히 세워진다. 무서운 현상이다.
건축이 거기서 살고 생활하기 위한 그릇이라고 한다면, 그 지역성, 전통, 습관의 하나 하나를 명확하게 하여 공간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분명히 지구는 하나다. 그러나 생활인의 시점은 훨씬 미시적인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지역성의 착안점 없이는 건축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가장 요구되고 있는 건축창조의 기초는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입각점의, 쌍방의 융합점의 발견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중요한 현상을 깨닫는다. 근대 이전은 지역성이 매우 물질적이고 거기에 뿌리내린 기술을 이미지 할 수 있으며, 건축창조는 양식을 매체로 하여 추상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근대 이후는 그 관계가 역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는 지역성, 전통 등을 구체적인 형태가 아니라, 정신적인 계승이 훨씬 요구되어, 한쪽의 거시적인 관점의 공간구성은 국제적인 첨단기술에 종속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사실에 입각한 공간설계수법을「구조디자인」이라고 한다.
이 수법은 현재가 되어서 탄생한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갖가지의 과학기술, 공학을 다이나믹하게 통합하기 위해서「구조학」이라고 하는 독립된 학문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구조학」의 기본이념을 통괄적으로 말하자면, 자연과학체계 및 사회체계의 여러 가지 구조요소에 관한 분석과 통합의 학문이며, 제반요소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정태적 혹은 동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의「구조」의 개념은 이 세상 여러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회구조, 산업구조, 경제구조, 구조개혁, 두뇌구조, 구조적 독직, 경제 마찰구조, 구조언어학…… 등 일일이 셀 수가 없을 만큼 많은 용어가「구조」의 개념을 공통언어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구조」에는 공통의 의미가 있다. 그 사회체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독립된 변수로서 분해하고, 그 상호관계를 정성, 정량화하여, 거기에서의 요소와 요소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항상성을 갖을 경우, 그 얼개 나름대로의 시스템, 혹은 모습을「구조」라고 부르고 있다.
「구조학」의 시조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이며, 동시에 군사기술자, 토목기술자, 물리학자, 생물학자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라고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의 수기는 그가 30세 이전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여러 가지 관심사, 즉, 독서, 관찰, 실험, 연구 등에서 얻은 것을 극명하게 기록한 것이다. 그 내용은, 미술의 여러 분야의 논리와 실천은 물론, 도학, 수학, 물리학, 역학, 천문학, 광학, 지질학, 수리학 등 모든 자연과학의 연구, 비행기를 포함한 각종 기계류의 고찰, 무기제조, 토목, 축성, 항해 등의 군사, 기타 기술의 개발, 운하, 수리의 계획, 도시계획이나 교량설계 등에도 미치고 있다.
이 수기는 통일도 질서도 없는 자의적인 기술이며, 게다가 그것이 레오나르도 특유의 반전문자(거울에 비춘 것처럼 씀)로 기록되어, 철자나 구두점, 문법 등이 부정확해서 해독이 어려웠기 때문에, 19세기 이후가 되서야 겨우 그 전체상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자연과학의 분야에서도, 처음으로 광범위한 기술영역에 걸친 통합을 목표로 하였다는 점에서「구조학」의 시조라고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또한, 근세철할의 아버지, 해석기하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데카르트(1596-1650)의 철학은, 현대와 같이 고도의 과학기술을 기초로 성립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사상적 원점 혹은 원류라고도 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그가 태어난 중세의 애매한 학문의 시대적 환경 속에서, 수학적 확실성을 지식의 전체에까지 확대하여 「보편학」을 만들어내는 것을 꿈꿔왔던 모양이다. 따라서 당시 학문의 여러 가지의 영역을 구별하였던 장해를 무너뜨리는 것, 빛, 태양, 별, 무지개, 자석, 생물, 그것들의 모든 것을 공간과 운동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운동이란, 본질적으로 공간적인 것, 따라서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데카르트는 그의 물리학이 공간을 매체로 하여, 「기하학에 다름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우주 전체는 같은 하나의 물질로 되어 있어, 천문학도 물리학도 생물학도 같은 법칙에 지배될 것이다……라고 하는 과학의 통일로 귀결된다. 그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해서, 유명한「방법서설」로 전개되어 간다. 한편 데카르트의 형이상학의 출발점은 회의이다. 나는 의심하고, 나는 사고하고, 나는 존재하고, 신이 있으며, 신은 내인식을 보증한다……고 하는 도정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인식에 도달했을 것이다. 나는 데카르트의 이 사색의 프로세스와 방법론은, 350년이 지난 현재에도 신선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기술공학과 공학에 대한 탐욕스러운 회의와 사색, 전체와 부분과의 분석과 결합이야말로「구조학」의 입각점이다.
이러한「구조학」의 건축상의 실천의 장으로써「구조디자인」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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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분류에서 말한다면, 「역학」,「재료」,「시공」,「공간」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의「역학」은 하중론이 그 출발점인데, 갖가지 외력, 자중, 바람, 지진, 온도, 충격, 수압, 토압, 적설, 등 그 성질에 대한 이해와 정량화 작업을 통해서 특정화되어 간다. 대부분의 하중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 즉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므로, 그 실체는 복잡하다. 물론 거기에는 지역성의 문제도 포함되어서, 일률적인 하중론은 위험하다.
하중이 설정되면, 구조물에 발생하는 응력과 변형을 물리학과 해석학을 구사하여 알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달과 보급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힘의 흐름을 머리 속에서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만질 수도 없다. 그 힘을 시각적으로 치환하는 것이 기하학이다. 기하학에 의해서 보이지 않는 힘의 흐름을 입체공간에 실체화 시킬 수 있다. 그것이 드디어 형태론으로 전개되어 건축화 된다.
그러나, 그 실체화된 형태는, 처음의 하중의 설정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고의 프로세스의 어딘가에 안전율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엔지니어 본인에게 있어서, 자신이 있는 하중내용에는 안전율을 적게, 자신이 없는 불확정요소가 많은 하중에 대해서는 안전율을 크게 채택하여, 그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립하게 된다. 안전율은 구조물 전체에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중의 성질에 대응한 섬세하고 치밀한 부분 부분에의 대응이 중요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방식까지 피드백 시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같이, 안전율을 크게 채택하면 비경제적인 구조가 된다고 하는 사고방식에는, 나는 찬성할 수 없다. 섬세한 안전율론은 경제성을 소외시키지 않고, 구조물을「안전」으로 이끌어가는 유일의 방법이다. 따라서「역학」의 입구에는 하중론이 있으며, 그리고 출구에는 안전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구성인자인「재료」도 구조디자인에 있어서 빠뜨릴 없는 착안점의 하나이다. 근대건축이 철과 콘크리트, 유리의 3가지 공업제품에 의해 성립되고 있는 이상, 이들 재료에 대한 설계자의 독자적인 견해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그러한 기술내용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고, 다방면에 걸친 재료가 우리들에게도 친밀한 것이 되어 왔다.
예를 들어, 철을 보면, 최근 압연강의 보급에서부터 고장력강의 실현, 주강, 단강 등, 강의 자유로운 조형, 내후성강판, 내화강, 내열강 등 실로 다양한 재질과 제조법이 이루어져서, 그러한 철의 성상을 올바로 파악하고 난 후에야「철의 디자인」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장력강의 이용으로 긴장감 넘치는 공간을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주강, 단강으로 인해서 중후한 구조공간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은 유리나 콘크리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벽돌이나 돌, 나무 등의 전통적인 구조재료조차도, 근대건축 안에서 생생하게 지금 시대의 기술을 배경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목재에 의한 집성기술도 발달해 왔다.
이러한 재료를「구조디자인」에 활용하려고 할 때, 그 고유의 재료공학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경제성, 유통의 실태에 관한 인식도 중요하다. 그것은 지역성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대공업에 입각한 철과 유리와 콘크리트는 국제적인 구조 재료로써 오래 동안 고려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제적인 소재 등은 아무데도 없고, 모든 것이 지역과 밀착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알게 되었다. 도쿄, 파리, 런던, 상하이, 뉴욕, 콘크리트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도시마다 다른 콘크리트를 다루고 있다. 공학이라고 하는 의미에서는 전세계가 같은 것이지만, 실제로 공급되는「물건」은 경제와 유통에 의해 지배된다. 우리의「구조디자인」은 원칙이 아니라 실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지역성에 입각한 재료론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3번째 인자는「시공」의 문제이다.「구조디자인」에 있어서 그 구조물을 완성시키는 프로세스(시공)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는 건설에 관련되는 기계기구, 장치의 내용을 모르고 구조설계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운 공구를 고안하고야 비로서「구조디자인」이 성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프레시네 (1879-1970)는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의 창안자로서 유명한데, 그의 콘크리트에 관한 연구, 건조수축이나 크리프에 관한 문제, 긴장재의 개발 등, 기술공학상의 연구성과로서의 프리스트레스트라고 하는 기술체계를 창안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실용화되지 않았다. 그 구조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프레시네·재키의 고안이 불가결하였다. 프리스트레스의 도입에 적당한 재키를 고안한 것이 프레시네를 프리스트레스의 아버지라는 부동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시공의 축이 되는 것이 바로 공법론이다. 현재 다양한 공법이 있으나, 그 응용의 집적이거나 혹은 새로운 공법에 대한 고안이「구조디자인」을 구체적으로 가능하게 만들고, 반대로 말하면, 공법에 따라「구조디자인」의 설계내용이 좌우되며, 커다란 자극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공법은 거시적으로 보면, 효율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방법론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의 성립조건이 시스템화 되어있는지 아닌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시스템 공학은 공법과 깊은 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생산시스템과 공법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근대화를 「구조디자인」의 하나의 기둥으로 놓는다면, 그림 1의표 우측에 적혀 있는 제요소, 부품 혹은 시스템의 규격화・표준화, 그리고 이에 반한 사상인 융통성・가변성, 그리고 가공・운반・조립에 이르는 공업적 수법의 개발, 더 나아가 그것들을 서포트하는 내구성・경제성, 등등이 중요한 인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제 각각의 기술공학을 하나의 건축으로 응축하는 작업이 바로「구조디자인」인 것이다.
이들「역학」,「재료」,「시공」에 관한 기술공학의 진보의 성과를 정리하는 것이, 「구조디자인」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게 된다.
그리고「구조디자인」을 완성시키는 충분조건은 4번째의 구성인자인 「공간인식」이다. 거기에 구조가의 독자적인 식견, 사색, 감성이 더해져서, 비로서 고유한 공간이 창출된다. 다양한 기술을 분석하고 통합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 철학이 필요한데, 이것 없이는, 분석은 가능할지 몰라도 통합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다. 갖가지 문제의 근원을 정성적으로나 정량적으로 자기 나름대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늘 입체공간으로 치환시키면서,「풍부」하고「건전」한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개인으로서의 엔지니어의 자세야 말로「구조디자인」의 구성인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림 1의 구성인자를 분석하고 통합하는 작업이「구조디자인」을 가능하게 하지만, 관여하는 영역은 이 이외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다른 전문가와의 공동작업을 어떻게 원활하게 하여, 하나의 건축에 모든 분야의 능력을 어떻게 결집시켜 응축해 낼 것인가, 라고 하는 문제에도 몰두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노력을 거쳐서「구조디자인」이 실천되게 된다. |
